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고작 다섯 살 때 TV에서 본 한 장면에서 받은 충격을 잊지 못해 훗날 민간 우주개발 업체 ‘블루오리진’을 설립했다. 바로 1969년 6월 NASA(미항공우주국)가 러시아의 세계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자극받아 쏘아올린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장면이었다. 베이조스는 지난 2013년엔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대서양 심해에 가라앉아 있던 아폴로 11호 추진 로켓의 잔해를 수거하기도 했다.
아폴로 11호를 보며 우주의 꿈을 키운 ‘우주 덕후’는 베이조스뿐이 아니다. 영화 ‘아이언맨’의 실존 모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나는) 아폴로 11호 발사 이후 태어났지만 달 착륙 장면이 어릴 적 가장 큰 영감을 주었다”며 “내가 재산을 축적하는 이유는 우주 탐사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도 베이조스처럼 페이팔(간편 결제), 테슬라(전기차) 등 자신의 사업을 통해 축적한 막대한 부(富)를 기반으로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창업했고, 현재 우주여행, 화성 식민지 건설과 같은 굵직한 우주개발 사업을 이끌고 있다. 베이조스와 머스크, 아폴로 11호에서 영감을 받은 이른바 ‘아폴로 세대’들이 지금의 글로벌 우주개발 경쟁을 선도하는 인물이 된 것이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자신이 개발한 유인우주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블루오리진
새해를 맞아 한국에도 베이조스·머스크 같은 ‘우주 프론티어’들이 나올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한국도 세계 수준의 우주 기술자들이 많다. 한국은 지난해 누리호 발사를 통해 지구 저궤도에 1.5t급 위성을 올려 놓을 수 있는 독자 로켓 기술을 갖게 됐다. 올해도 굵직한 우주 사업이 기다리고 있다. 오는 5월 누리호 후속 발사와 8월 한국 최초 달 탐사선 발사다. 1990년대까지 우리 이름이 붙은 위성을 해외 로켓을 빌려 발사해야 했던 한국이 한 세대 만에 선진국 문턱까지 쫓아온 것이다.
우주개발의 놀라운 성과를 이룬 40·50대 엔지니어들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1992년 대한민국 최초 인공위성인 우리별 1호 발사 성공을 전후로 우주 공학에 뛰어든 10대 꿈나무들이 현재 한국 우주 산업의 저변이 됐다. 미국에 ‘아폴로 세대’가 있다면 한국엔 이른바 ‘우리별 세대’들이 있었던 셈이다. 우리별 1호 개발로 고조된 우주개발에 대한 관심은 당시 대학 입시에도 그대로 반영돼 우수한 인재들이 우주 관련 학과에 몰리기 시작했다. 우리별 발사를 앞둔 1990년, 서울대 전체 학과에서 합격선이 가장 높은 학과가 항공우주공학과였다.
그로부터 한 세대가 지났다. 문제는 앞으로 20~30년 뒤 우리의 우주 산업을 이끌어갈 10대 청소년은 어느 세대보다 우주에 관심이 적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산하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가 지난해 12월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국민 우주개발 인식 조사에서 뚜렷이 나타났다. 설문 조사에서 ‘우리 국가 발전에 우주가 중요할까’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89.6%가 동의했다. 하지만 연령대로 보면 10대가 81.5%로 가장 낮게 나타났다. ‘달과 화성에서 과학 연구를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도 전체 긍정 응답자는 80.4%였는데, 10대 응답자의 비율은 69.4%로 가장 낮았다.
한창 상상의 나래를 펴고, 원대한 포부를 가질 우리 청소년들이 어쩌다가 기성 세대보다 우주에 대한 기대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을까. 안타깝게도 이들이 자고 나란 2000년대 중·후반엔 베이조스, 머스크 같은 몽상가들을 우주로 눈을 돌리게 할 만한 우주 이벤트가 없다시피 했다. 우주라는 세계에 뛰어들도록 동기 부여를 하고, 우주에 대한 영감을 불어넣어줄 ‘아폴로 11호’ 같은 충격과 우주에 대한 비전을 충분히 제공해 주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한국 우주 산업의 중추인 40~50대 엔지니어들은 1980~90년대 선진국 진입을 향한 기대감과 우주개발에 대한 도전의식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던 시대를 살았다. 반면 저성장 시대, 안정적인 공무원이 장래 희망이 된 요즘 아이들에게 우주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되고 있다.
전 세계는 지금 우주개발을 통해 생활 공간을 우주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각국 지도자들도 앞다퉈 우주 탐사를 가장 중요한 과학기술 공약으로 내세운다. 우주에서 새로운 부(富)가 창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에 수만 개의 소형 위성을 띄워 지구 전체를 하나의 통신망으로 묶는 사업이 시작됐고, 수명이 다한 위성, 로켓 잔해와 같은 우주 쓰레기를 전문으로 수거하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과거 10대들이 온라인 환경에서 세상을 배우고, 돈을 벌었던 ‘인터넷 세대’라면 지금의 10대는 우주를 무대로 꿈을 펼칠 ‘우주 세대’가 될 것이라 말한다. 화성에 식민지를 세우려면 화성까지 갈 로켓을 개발할 우주 엔지니어도 필요하지만, 현지에서 농작물을 키울 식물학자, 우주 자원을 채굴할 지질학자, 새로운 문화 활동을 해나갈 문화인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어떤 분야에서 어떤 직업을 가지든 우주가 지금의 꿈나무들에겐 무한한 기회의 장(場)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우리별 1호 발사 30주년을 맞아 아직 지구 궤도를 돌고 있을 우리별 1호의 전원을 다시 켜보는 프로젝트를 해 보면 어떨까. 지금까지의 우주개발의 성과를 이뤄 온 ‘우리별세대’와 우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풍요로운 삶을 구가할 미래 ‘우주세대’ 모두에게, 꿈의 스위치를 다시 켜는 기회가 될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