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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생활연구'성공, 조직화가 관건이다
출처 디지털타임스 바로가기 등록일 2017.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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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사진 1
성지은
연구위원
혁신정책연구본부

국내외 연구개발 패러다임이 기술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인 국민으로 바뀌고 있다. 기존 기술 공급자 중심의 연구개발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기술의 최종 사용자인 국민이 연구개발 기획부터 참여하고 평가하는 체계로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핀란드, 덴마크 등 EU 주요국들은 이미 수년 전부터 오픈 이노베이션 2.0 전략과 리빙랩을 도입해 사용자를 혁신 주체를 인식하고 실제 생활 현장에서의 다양한 시험·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는 기존 ODA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서, 대만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기술 중심의 한계를 넘어 사용자 주도형 혁신 모델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도 '사회문제해결형 기술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사회·기술통합 기획, 리빙랩 등 과제 발굴, 사업 기획 및 실행 측면에서 기존 연구개발사업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 왔다. 환경호르몬·미세먼지와 같은 생활환경과 재난안전, 그리고 사회적 격차 해소를 위한 다양한 연구개발 사업이 추진돼 왔으나 기존 공급자 중심의 연구개발 틀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웠다.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기술 개발 및 활용을 넘어 문제 해결을 목표로 최종 수혜자인 국민이 적극 참여하는 '국민생활연구'가 탄력을 받고 있다. 기존 사회문제해결형 기술개발사업의 한계로 지적돼 온 '사후약방문'식의 대응에서 벗어나 문제에 대한 사전 예측 및 준비 체계 구축을 강화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한 문제의 발굴·기획·실증·평가 등 R&D 전 과정에 국민 참여도를 높이기 위해 '국민 연구자' 개념을 도입하고 양성한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문제 예측 및 탐색부터 문제해결 프로세스 전반에 이르기까지 국민을 위한, 국민과 함께하는 연구개발 틀을 구축하려 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새로운 연구개발 틀로서 국민생활연구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익성을 지닌 똑똑한 최종 사용자로서 국민을 어떻게 조직하고 참여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다. 조직화된 사용자 그룹이 참여해야 연구자 및 기업들과 지속적인 상호학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개인적 차원의 민원 해결이 아니라 공공적 관점에서 기술개발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사용자, 과학기술 관련 이슈를 이해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용자들의 조직화가 함께 이뤄질 필요가 있다. 이들을 어떻게 조직할 것인가 문제는 선도사용자 그룹의 조직화 문제로 귀결된다. 

 

우리나라에는 공공성을 가진 시민 조직의 기반이 매우 약하다. 노동시간이 길고 이사도 잦다보니 커뮤니티를 조직화하거나 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 및 시민사회 참여를 강조하는 사회문제해결형 기술개발사업의 경우에도 단순 설문조사, 일회성 현장방문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우리보다 앞서 국민생활연구를 추진한 국가의 경우 대표성·공공성·전문성 있는 사용자 및 시민사회 조직화와 함께 이들의 취향·욕구·인식·경험·행태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소통 방식을 개발하고 상호 신뢰 구축에 상당한 노력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국민생활연구는 사용자와 개발자가 반복적인 교류를 통해 문제해결까지 이어가는 것이 핵심적인 요소다. 현재 상당수의 연구개발 과제가 부처별, 소규모, 백화점식으로 추진되면서 지속적인 교류를 통한 문제해결이 어렵다. 대부분의 과제가 요소기술 개발 및 시작품 도출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조직화된 사용자 패널 구성·운영, 문제해결형 중심의 산학연 네트워크 등 플랫폼으로서의 기반 구축 사업도 기존 일회성 연구개발사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대안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함께 국민생활 속 문제 해결에 과학기술계 스스로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들과 소통할 필요가 있다. 문제 발생시 과학의 눈으로 문제를 면밀히 살펴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만으로도 국민들이 느끼는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줄이고 객관적이고 냉정한 사고로 문제해결을 위한 중지를 모을 수 있을 것이다. '국민생활연구'가 기존 연구개발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혁신의 대안이 되기를 바란다.